중앙선이 있는 골목길에서 양쪽으로 주차가 돼있어 한쪽만 통행할 수밖에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역주행으로 운행을 하면 역주행에 속할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화나는 경우도 있고, 난감한 경우도 있고 별의별 일이 많이 생깁니다. 저도 운전한 지 20년이 넘어서 웬만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할지 예측이 돼서 미리 양보태세를 갖추거나 피해서 민감한 상황들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는데요, 물론 요즘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이기적인 사람들도 느는 것 같아 돌발상황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이상한 광경을 봤습니다. 저희 동네가 골목길인데 중앙선이 있습니다. 한쪽은 주차라인이 있고 한쪽은 건물 앞으로 거의 모든 구간에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행은 편도 1차로만 주행이 가능합니다. 여기를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다들 알고 있고 초행길이라 하더라도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다들 그렇게 지나갑니다. 도로구조도 그렇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어떤 차가 주차돼 있는 부분을 거의 다 통과할 무렵 다른 차가 그 차가 오는 것을 뻔히 보고도 밀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안 비키고 내려서 역주행이라고 빼라고 하더라고요.
그 차는 약 2미터 정도 진입을 했습니다. 거의 통과한 차량은 빼주려면 뒤로 몇십 미터를 후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동네 몇 년째 살고 있지만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각각 다르겠죠. 합리적으로 보면 당연히 2미터 정도만 후진하면 되는 차가 빼는 게 나을 텐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테고요, 법적으로 보면 역주행이니 몇십 미터가 됐든 그 차가 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알면 나서서 끼어들려고 했는데요. 사실 정확하게 알지를 못해서 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집에 와서 좀 알아봤습니다. 일단은 도로교통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위에 보시듯이 도로교통법 제13조 3항에 보면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이하 같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라는 운전자의 정상적인 통행방법이 설명되어 있고, 오늘 알고 싶은 건 4 항에 있습니다. 차마의 운전자는 제3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다.
1. 도로가 일방 통행인 경우
2. 도로의 파손, 도로공사나 그 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의 우측 부분을 통행할 수 없는 경우
이 부분과, 4항 4호에 보면 도로 우측 부분의 폭이 차마의 통행에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가 위에서 언급한 상황과 같은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이 해석을 보면 역주행이라고 볼 수 없고 통행할 수 있다.라고 명시가 돼있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 등에 의하면 중앙선을 넘어 침범 운행이 계속되면서 교통사고가 유발되었거나 중앙선을 넘은 행위에 대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었던 경우에 대해서만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주행 중에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고자 다는 조치를 할 틈이 없었거나 본인은 차로를 지켜 주행하려고 했으나 운전자가 좌우할 수 없는 외부 여건으로 인해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중앙선을 침범하는 데에 있어 운전자를 비난할 수 없는 객관적인 제삼의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1차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찰은 조금 다릅니다. 좁은 1차선 도로에서 주변의 주정차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해서 주행했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원칙적으로 중앙선 침범 사고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일단은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고 사례마다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우선은 피해자를 위주로 한 판단을 한다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일단 역주행으로 판단하지 아니하므로 주행할 수 있고, 그러다 사고가 났을 시 혹시 경찰이 역주행으로 판단한다면 소송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짧게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비켜주는 게 상황적으로 더 낫다면 비켜주는 미덕이 필요하겠죠. 법!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법이란 테두리 안에 살아야 질서가 이뤄질 테니까요, 하지만 법도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유연하게 만든 부분도 있는 거겠죠, 아직 답답하게 느껴지는 법 조항도 많지만, 어찌 됐든 법이 있으면 지켜야 하는 게 맞는 거고 저 또한 법은 사소한 것도 다 지키려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상황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아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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